식당

[강원도] 홍천 원소리막국수 (2023.02.04)

최땡보 2023. 2. 9. 09:55

겨울 끝자락에 스키장에 가기로 했다.

와이프와 함께하는 첫 스키장이기도 하고 강원도에도 같이 가는 건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같이 멀리 떠날 생각에 몹시도 기대가 됐다.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적당히 야간스키를 즐기다가 점점 떨어지는 온도와 정신력에 그만두고 숙소로 돌아오니 23시쯤이었던 것 같다.

이런저런 치킨집을 알아보고 결심이 섰을 때는 이미 모든 치킨집은 더 이상 주문을 받지 않았다.

애초에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버렸다.

 

지하 1층 마트의 가격은 사악했고 맥주 2캔+안주야(닭발)를 27,500원에 살 수밖에 없는 지독한 물가를 체감했다.

 

다음날 몹시도 굶주린 상태로 점심밥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아봤다. (사실 전날밤에 배고파서 다 찾아놨다)

 

강원도 초입부터 식당 간판마다 막국수로 도배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찾아낸 홍천군 최고의 막국수집 "원소리막국수"

강원도 무지렁이인 우리가 수십 개의 막국수집에서 엄선하고 엄선해서 고른 집이 되겠다.

 

우리는 막국수 2개와 수육을 시켰다.

 

국수랑 고명이 담긴 그릇이 나오고 이후는 알아서 만들어먹는 게 재밌었다.

구비된 들기름, 설탕, 육수, 식초를 마음대로 넣어서 먹으면 되는데 나 같은 초보가 마음대로 넣어봤는데도 엄청 맛있었다!

막국수 (비비기 전, 맛있음)

면에 들어있는 잘게 썰어놓은 무김치가 특히 잘 어울렸다.

메밀면은 적당히 탄력 있으면서 잘 끊어지는 게 기분이 좋았다.

소스는 향긋한 들기름과 적당히 진한 육수가 잘 어우러졌다.

설탕은 단 맛을 내기보다는 면과 소스의 전체적으로 벨런스를 잘 맞춰주는 느낌이랄까?

 

단연 내가 먹어본 막국수 중에 최고라고 할 수 있겠다.

와이프도 완전히 처음 먹어보는 맛으로 자꾸 생각나는 맛이라고 한다.

 

수육은 막국수처럼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최고의 막국수에 곁들여 먹으면 덩달아 업그레이드된 맛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다음에는 꼭 감자전을 먹어보리라 생각했다.

수육 (보통임)

한 70% 먹을 때쯤 주인장 아저씨가 은색주전자를 툭 놓고 갔다.

저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뜨거운지 차가운지, 먹으라고 준 것인지, 잠깐 놓고 간 것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다.

 

다 먹고 맛있다고 얘기하던 중 주인장 아저씨가 와서 은색주전자에 들어있는 물은 면을 삶은 물인 "면수"이고, 국수를 다 먹고 소스가 약간 남아있는 그릇에 따듯한 면수를 1컵정도 넣고 옆에 있는 간장을 조금 타먹는 것이라고 알려줬다.

 

예전 본인의 할아버지께서는 북한의 아주 추운 지방에 사셨는데 메밀국수를 드실 때면 마지막에 항상 이렇게 드셨었고, 이렇게 하면 따듯한 면수가 메밀의 찬 성분을 중화시켜 주기 때문에 탈이 나지 않는다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주셨다.

 

맛은 특별하지 않았지만 젊은 주인장 아저씨의 음식에 대한 진심이 느껴져서 좋았다.

 

여러모로 특별한 음식이었고 다음에 강원도에 온다면 꼭 이 집에 다시 와서 먹겠다 다짐했다.

 

수많은 리뷰 중 이 집으로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카카오맵에서 본 한 후기 때문인데 아래의 후기를 남겨주신 한성철 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리뷰

추천해 주신 남촌막국수, 도촌막국수도 꼭 가서 먹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