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안리 수변최고돼지국밥 (2022.11.15)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날은 몹시도 특별한 날이었다.
우리가 신혼여행을 다녀오기 위해 사용한 휴가의 마지막 날이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부산에 정착했지만 여러 도시를 거쳐온 우리 부부에게는 여러 도시의 친구들이 있고, 그 친구들은 하나같이 관광지 부산을 궁금해한다.
매력적인 광관지에서 빠질 수 없는게 바로 맛집인데, "부산!" 하면 역시나 "돼지국밥!"이 등장한다.
친구들은 온갖 SNS와 방송, 블로그의 리뷰를 종합하여 후보를 고른 뒤 친구들 중 가장 "부산 사람"인 나에게 최종 검증을 맡긴다.
그 중에서도 돼지국밥의 끝판왕으로 자주 언급되던 집이 바로 이 집이다.
주말에 광안리에 가면 이 주변의 주차장을 주로 애용하는데 갈때마다 이 집은 문전성시였던 기억이 있다.
가게 밖의 수많은 인파가 모두 식사를 마칠때까지 기다릴 용기도 없었기 때문에 웨이팅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부산사람으로서 부산을 상징하는 음식을 가장 맛있게 한다는 곳을 어떻게 참을수있겠는가!
게다가 우리는 괴상한 영어로 된 음식에 지칠대로 지쳐있었기 때문에 가장 한국적인 음식을 먹기로 했다!
전국의 관광지에 사람이 있을리가 없는 아무날도 아닌 화요일 오후였다.
오직 우리 둘에게만 특별한 날인줄 알았다.
그러나 집에서 출발할때부터 테이블링으로 대기를 걸어놓고도 도착해서 몇 팀을 기다렸다.
식당 앞에 운이좋게도 주차 자리가 하나 생겨서 다들 하는 불법주차를 나도 했다.
그치만 주변에 수변어린이공원공영주차장이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주차가 가능하다.
외부 모습은 수많은 리뷰에서 본 것처럼 평범했고, 내부는 국밥집치고는 깔끔한 편이었다.
입장하기 전에 키오스크로 미리 주문을 해두면 모든 음식과 반찬이 세팅됐을때 호명한다!
나는 주인장이 <Best menu>라고 써놓은 항정국밥, 예밍이는 순대고기국밥, 그리고 다시 오기 어려울 수 있다는 두려움에 맛보기수육까지 주문했다.
건더기 정말 많다!
경건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고 한입 떠먹었지만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었다.
신혼여행으로 지난 1주일동안 외국의 기름진 음식을 겪으며 더욱 강해졌다고 생각했지만 한국에서, 바로 이 곳에서 처절하게 무너져버렸다.
내가 시킨 항정국밥은 항정살과 여러 건더기들, 그리고 그 것을 품고있는 국물과 그 위에 떠다니는 기름이 조화되지 못했다. 멀건 국물에 삶은 항정살을 담궈놓은 맛이었다. 그리고 따라오는 부담스러운 느끼함.
나는 느끼한 음식을 즐기는 타입이라고 자부했지만 이건 도를 지나쳤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회사 근처에 유명한 국밥집이 많아 자주 가는 국밥집이 있을 정도로 국밥을 좋아하던 예밍의 순대고기국밥은 고기와 국물의 조화면에서 좀 나았지만 느끼한 음식이라면 질색을 하는 예밍이는 두 말 할것도 없이 한입 떠먹자마자 숟가락을 든채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눈이 마주친 상태로 둘다 멈춰버렸다.
일단 혓바닥과 목구멍에서 불쾌함을 느끼자 모든 음식에 엄격해졌다.
수육도 특별할리 없는 맛이었고 그저 너무나도 부담스러운 기름기만 느껴졌다.
"음식을 남기면 지옥간다"는 말에 어렸을때부터 가스라이팅 당한 나는 결코 음식을 남기는 법이 없다.
먹을만큼만 시키고, 먹을만큼만 퍼서 남기지 않는다. 실수로 많이 시키면 어떻게든 먹어치운다..!
그치만 나는 결국 남겨버렸다. 지옥에 떨어질 일이다.
너무 큰 기대에 대한 실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건 주관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맛이었다.
음식을 많이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속이 좋지 않아 결국 이 날 저녁은 둘 다 아무것도 입에 대지 못했다.
마지막 신혼여행의 휴일을 이렇게 보내버렸다.
한 가지 건진것은 누군가 부산 돼지국밥의 끝판왕인 바로 그곳에 가겠다고 하면 나는 별로였다고 말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주관적인 리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