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 조개 해감의 원리와 가장 효과적인 해감 방법 (Feat. 바닷물, 천일염, 동전, 숟가락, 식초, 탄산수 등)
궁금해진 계기
추운 날에는 따듯한 집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가 최고의 행복이다.
최근 홈플러스에서 세일하는 품목을 매일 확인하고 이틀에 한 번은 마트직송을 이용하고 있다.
1월에 꼭 먹어야 하는 꼬막을 40% 세일해서 100g에 790원에 팔길래 잽싸게 시켰다.
꼬막은 익숙한 음식이지만 조리 과정은 전혀 익숙하지 않다.
초보 요리사인 우리에게는 조개류의 첫 번째 코스인 해감부터 어떻게 하는지 찾아봐야 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방법도, 시간도 제각각이었고 다들 자신의 방법이 최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충 둘러본 결과 바닷물, 천일염, 식초, 레몬즙, 탄산수, 동전 넣기, 스텐숟가락 넣기, 스텐양푼에 담기, 냉장고에 넣어두기, 빛 차단하기 등의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었으며, 창의력을 발휘하여 이리저리 조합하고 대체하고 개선하며 조개의 모래를 빼내는데 열심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팁은 객관적으로 검증된 바 없다. 무수한 카더라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가장 효율적인 해감을 할 수 있을까?
해감에 대하여...
우선 해감이 무엇이고 왜 해야 하는지 알아야 그에 맞는 프로세스를 정하고 최선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해감(海감); 해감하다.
조개류에서 흙이나 모래 찌꺼기를 뱉어내게 하다.
해감을 해 아하는 이유
조개류는 입수관으로 물을 빨아들여 판 모양의 아가미로 호흡을 하고 먹이를 걸러서 흡수하고 남은 물은 출수관으로 뱉어낸다.
빨아들인 물에는 물속의 모래와 뻘과 같은 이물질이 섞일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불순물도 함께 걸러지며 조개의 몸속에는 자연스럽게 모래가 쌓이게 된다.
해감을 하지 않고 섭취하게 되면 조개를 먹는 건지 모래를 씹는 건지 알 수 없는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된다.
게다가 최근 문제가 되는 미세플라스틱도 함께 걸러져 축적되기 때문에 제대로 해감을 하지 않으면 건강에도 좋지 않다.
해감의 원리
조개의 몸속에 쌓인 불순물을 빠르게 뱉어내게 하여 맛있는 조개로 재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아래의 네 가지 조건이 필수적이다.
첫째, 조개가 살아있어야 한다.
둘째, 조개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셋째, 조개의 흡수와 출수 과정을 촉진시켜 시간을 단축한다.
넷째, 과도한 입/출수 운동으로 살이 빠져서 질겨지거나 굶어 죽어서 신선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적당한 시간 동안 실시한다.
최적의 해감 조건
1. 살아있는 조개
조개의 호흡 과정에서 실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조개만 해감이 가능하다.
구입하여 세척 단계에서 죽은 조개는 골라내서 버리도록 한다.
2. 최적의 환경 제공
조개에게 편안한 환경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기존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을 제공한다.
3. 흡수와 출수 과정 촉진과 적정 시간
여러 조건 아래에서 해감시킨 후의 토사 배출량을 비교한 실험 결과*를 참고했다.
(*) 등록특허공보 등록번호 10-1099935, 특허권자 씨제이제일제당 - "조개 해감조건의 토사 배출량 측정 실험" 참고
- 온도: 19~23℃ (평균해수의 온도와 유사)
- 염분: 15~20‰ (평균해수의 염분보다 낮음. 평균해수의 염분은 35‰)
- 산성도: 8.6~8.9pH (평균해수의 pH보다 높음. 평균해수의 pH는 8.1)
- 조도: 낮음. 어두워야 함.
- 소음: 낮음. 조용해야 함.
- 시간: 5~10시간 (바지락 기준임, 조개의 종류마다 상이함!!)
- 주의사항: 온도가 30℃보다 높거나, 염분의 농도가 15‰ 미만이거나 또는 pH조건이 크게 다른 경우 해감 도중 폐사할 수 있음.
보통 바닷물과 같은 환경을 제공해야 가장 효과적이라는 말이 많다.
하지만 실험결과 염분, 산성도, 조도를 조정한 결과 조개의 토사배출량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생각보다 간단하고 비용이 들지 않는 조건들이다.
물 1L에 굵은소금 1.5~2g을 넣으면 염분 15~20‰의 물을 만들 수 있다.
물에 미량의 베이킹소다를 넣으면 pH는 올라갈 것이다.
온도는 상온과 유사하므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듯하다.
어둡게 만드는 건 더욱 쉽다.
인터넷 꿀팁은 정말 효과적일까?
의외로 대부분의 꿀팁이라고 하는 내용은 실험결과와 오히려 배치되는 환경을 만든다.
하지만 금속과 용액의 이온, 냄새, 무슨무슨 성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고 효과적이라는 반응도 많기 때문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는 모양이다.
극한의 환경을 제공하여 억지로 토해내게 만들 수 있겠지만 조개도 엄연히 촉각을 느끼는 신경구조가 있고 조개류 중에는 가리비처럼 간단하지만 눈이 있는 종도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편안한 환경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해감하도록 하자.
참고로 시중에서 포장되어 판매되는 상품은 대부분 가공, 포장단계를 거치며 해감이 많이 진행되었으므로 1시간 이내로 해감하여 사용해도 된다고 한다.
추가로 조개의 종류별 해감 요령을 아래와 같이 올리며 글을 마친다. (출처: 나무위키)
- 가리비 : 시중에 유통되는 홍가리비, 참가리비 대부분은 바닥의 윗부분에서 양식한 것 일반적으로 해감이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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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 : 해감 난이도가 어려운 편으로 생명력이 짧아 전문업소에서도 완벽하게 해감은 못한다. 해감하는 바지락이 싱싱한 것을 보고 하룻밤 해감했다가 다음날 아침 다 죽어있는 경우도 있다. 식초, 탄산수, 금속 온을 다 넣어도 해감되기 전에 죽어버리므로, 적당히 해감한 조개를 삶은 후 세척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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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죽 : 바지락처럼 생명력이 짧아 바지락과 비슷하게 어렵다. 완벽해감은 어려우므로 바지락처럼 적당히 해감 후 삶은 조개를 내장을 세척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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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조개 : 뻘을 많이 품고 있으나 바지락과 달리 생명력이 강해서 염도만 맞춰서 바닷물을 바꿔주면 계속 해감할 수 있다. 생물 1kg 기준으로 3~5개 정도 죽을 때까지 해감하면 이물감이 거의 없는 상태로 해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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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상합) : 흙, 모래를 많이 품고 있지 않아 장시간 해감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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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조개 : 대표적인 동해조개로 엄청난 모래를 지니고 있다. 생명력이 강하고 해감이 빨라 해감은 잘되는 편이다. 생물 1kg 기준으로 3~5개 정도 죽을 때까지 해감하면 이물감이 거의 없는 상태로 해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