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일 차> 2022.12.30
수술하기 전에 검사를 위해 안과병원에 예약을 하고 갔다.
수많은 안경잡이들이 안경으로부터의 해방을 기다리고 있다.
안과병원은 엄청나게 크고 엄청난 시설을 뽐내고 있었다.
수많은 주차요원과 엄청난 규모의 건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각자 임무가 분담되어있는 간호사들까지!
눈은 2개인데 검사종류만 10개가 넘는 것 같았다.
굴절력(시력), 난시, 각막두께, 동공크기, 안압, 각막 전후면 및 굴곡도(펜타캠 & 갈릴레이) 검사를 했다.
눈알을 마취하고 이런저런 검사를 하는데 눈이 많이 불편했다.
약 1시간의 검사를 마치고 검사결과를 가지고 의사가 아닌 사람과 상담했고, 어떤 수술을 할지 정했다.
가격이 부담스러웠지만 가장 비싼 걸 했다. 와이프가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니까!
*콰트로스마일(스마일라식+각막강화+안구건조방지)=300만 원 (원래는 400. 이런저런 할인을 붙였다고는 하지만 다들 이렇게 할 듯^^;)
검사결과에 따라 할 수 있는 수술의 종류가 다르니 우선 검사를 받으면 상담하면서 어떤 수술을 하게 될지 정한다.
선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주머니사정을 고려하고 정하면 될듯하다.
상담하면서 궁금한 걸 물어보니 친절하고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잠시 대기 후 의사와 상담을 했고 이때는 수술하고 나서 일 때문에 컴퓨터를 계속 봐야 하는데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다들 그렇게 산다고 괜찮은 거 같다고 했다.
각막두께도 두꺼운 편이라 무리 없이 수술이 될 거라고 하고 짧은 상담이 끝났다.
그 후에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다짜고짜 결제를 하고 수술실 있는 층으로 가서 대기하라고 했다.
큰돈을 결제하고 수술실 앞에서 대기.
호명하면 가서 캡 쓰고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대기실에서 눈알을 다시 마취한다.
이쯤 되면 이제 내가 올바른 선택을 한 건지 살짝 무섭고 걱정된다. 안경잽이로 20년을 살았는데 이게 맞는 걸까?
한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간호사가 호명을 하고 수술실로 데리고 간다.
거대하고 차가운 MRI기계 같은 곳에 누우란다.
누우면 머리통을 네모난 공간에 잘 올려놓으라고 하는데, 동그란 머리통을 네모난 곳에 놓으니 불편했다.
그리고는 의사가 와서 기계를 만지작거린다. 옆에서 간호사는 알 수 없는 숫자들을 불러준다.
우선 오른쪽눈부터 눈을 감지 못하게 눈을 벌리고(?) 뭔가를 엄청나게 뿌려댄다.
범람하는 액체에 눈알은 갈 곳을 잃고 헤맨다..
이윽고 초록색 X모양이 기계에서 표시된다.
의사는 계속해서 경고한다.
"X자의 중앙을 계속 봐야 됩니다. 절대로 눈동자를 움직이면 안 됩니다. X자가 10초 후에 없어질 건데 없어졌다고 절대로 X를 찾지 말고 그대로 눈을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절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눈을 감으려고 하면 안 돼요. 움직이면 큰일 납니다. 눈 움직이면 안 돼요"
진짜 움직이면 뭔가 크게 잘못되겠다는 경각심이 든다!
기계의 튀어나온 동그란 부분이 점점 눈에 가까이 오더니 (내 몸이 올라간 건지, 기계가 내려온 건지 의식할 정신이 없다..) 눈알에 닿는다.
기계에서 말을 한다. "Suction on"
기계가 눈알을 붙잡고 뭔가를 한다. 아마 각막에 레이저를 쏘는 듯..?
시야가 점점 뿌옇게 변하고 X자 디스플레이가 안 보인다.. 무섭지만 눈을 가만히 있는 행위에 정신을 집중한다.
눈앞이 온통 뿌옇게 하얀색인데 눈알을 가만히 있는 게 쉽지 않다.
그 와중에도 의사는 계속 경고한다. 움직이면 안 돼요~
의사는 옆에서 몇 초 남았는지 알려준다. 앞으로 그 시간 동안만 눈알을 가만히 있으면 된다.. 집중집중!!
"17초 남았습니다... 10초 남았습니다.. 7초... 3초... 됐습니다."
기계가 또 알려준다. "Suction off"
눈에서 눈물이 나는 건지 뭘 뿌려서 계속 흐르는 건지 모르겠다.
의사가 눈알을 한번 닦아준다. 이제 눈알에 뭐가 닿는 게 익숙하다.
오른쪽눈이 장님이 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바로 왼쪽눈을 벌리고 같은 작업을 한다.
이제 양쪽눈이 다 장님이다.
하지만 마지막 단계가 남았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기계로는 각막에 레이저를 쏴서 안쪽을 잘라낸 것 같다. 신기하다.
그런데 잘라낸 것을 빼내는 건 이제 의사의 몫이다.
의사가 한쪽 손으로는 눈알을 붙잡고 다른 쪽 손으로는 눈동자의 바깥쪽에서 뭘 붙잡는다.
그리고는 눈알의 끝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무엇인가를 빼내려고 한다.
신기하게도 뭔가가 쑥 빠져나간다..
한쪽눈당 약 1분 정도 걸린 거 같다.
그러면 희뿌옇던 시야가 살짝 맑아진다. 그래도 여전히 뿌옇다.
눈앞이 흐리고 너무 무섭고 눈알을 움직이는 것조차 무섭다.
눈을 잠시 감고 있으라고 한다.
뭔가 아픈 거 같기도 하고 하여튼 무섭다.
근데 이제 그만 누워있고 일어나서 진찰실로 걸어가라고 한다.
눈을 감고 일어나려고 하니 눈뜨고 알아서 가라고 한다..!
눈을 떠보니 흐릿하지만 혼자 걸어갈 수는 있을 정도였고, 진찰실에 가서 의사가 눈에 불을 비춰본다.
잘됐다고 한다.
뭐가 잘 됐는지는 모르겠고 나는 지금 눈앞이 뿌옇고 아픈 거 같은데 하여튼 잘됐단다.
보호자를 호출하고 보호자가 올 때까지 진찰실 앞 휴게실에서 눈감고 휴식하도록 한다.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여전히 눈알을 움직이는 게 두렵고 눈을 뜨기가 무섭다.
눈을 살짝 떠봐도 세상이 너무 흐릿해서 걱정이 된다.
이윽고 보호자 와이프가 와서 나를 데리고 간다..
눈뜨기 무섭지만 어쨌든 일단 와이프 얼굴을 한 번 보니 마음이 진정된다.
수고했다고 한다.. 경험자로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고 운전을 해서 집까지 데려다준다.
진정되고 생각해보니 별로 아프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집에 오니 한 6시 정도 된 것 같다.
여전히 눈이 흐리고 약간 아픈 것 같기도 하다.
병원에서 준 안약 3종세트를 지시한 대로 2시간, 4시간마다 넣고 잠을 자버렸다.
밤에 깨어났는데 여전히 눈앞이 흐리다. 근데 좀 나은 것 같다.
눈이 시려서 눈물이 계속 난다.
수술하면 건조증이 생긴다던데 오히려 눈이 시려서 눈물이 계속 나와준다.
건조증은 안 생길 거 같기도??
자정쯤 되니 멀리 있는 게 약간 잘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습도가 가득 찬 곳처럼 모든 게 약간 흐리고 뿌옇다. 근데 확실히 멀리 있는 게 좀 선명하게 보인다.
그런데 가까이 있는 게 잘 안 보인다.
아무리 집중해서 보려고 해도 초점이 안 맞는지 도저히 글씨를 읽을 수 없다.
말로만 듣던 빛 번짐은 너무나도 엄청나서 가로등이 있는 곳마다 온통 불꽃축제 같은 느낌이 든다.
이뻐 보이기는 하는데 계속 이럴까 봐 걱정된다..
1주일 정도 지나면 좋아진다고 하니 기다려봐야겠다...
<<0일차 요약>>
검사: 1시간. 눈알이 불쾌함. 검사종류 많음. 사정없이 검사함.
수술: 10분. 눈알 절대 움직이면 안 됨. 별로 안 아픔. 수술 직후에 잘 안 보임. 무서움.
수술 후 잘때까지: 뿌옇게 보임. 눈알 좀 불편함. 눈 시림. 빛 엄청번짐. 안약 주기적으로 넣어야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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