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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보

스마일라식 수술 후기 (1~12일차)

1일 차

다행히도 쉬는 날이다. 여전히 시야는 뿌옇고 눈이 살짝 시리다.

하지만 멀리 있는 건 분명히 보인다.

1일 차에는 안과에 가서 시력측정을 하고 의사가 눈알을 자세하게 본다.

뭔가 희뿌옇고 어둡게 보이는 것 같지만 검사결과 어쨌든 양쪽 1.0이 나온다.

아내 말로는 안경을 안 쓰니까 인상이 너무 만만해 보인다고 한다.

2일 차

다행히 오늘까지 쉬는 날이다.

가까이 있는 게 아무래도 잘 안 보인다.

멀리 있는 것도 안경 쓴 것보다 좀 안 보이는 것 같다.

빛 번짐이 엄청나다. 

자동차의 라이트는 전조등만 봐도 쌍라이트 켠 것처럼 주변 시야를 모두 없애버린다.

절대 야간운전은 안 되겠다.

3일 차

출근을 했다. 안경을 안 썼지만 자꾸 손이 안경을 올리러 간다.

모니터가 잘 안 보인다. 집중을 하면 보이긴 한다.

눈이 피곤하다. 하지만 건조증이 생기지는 않은 것 같다. 다행이다.

안경을 안 썼지만 업무를 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4일 차

여전히 가까이 있는 건 안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면 휴대폰으로 시간을 봐야 하는데 도저히 집중을 해도 몇 시인지 알 수가 없다.

너무 걱정된다. 좋아지는 걸까?

안약을 넣으면 눈이 시리다. 오른쪽 눈은 뭔가 이물감이 느껴진다.

오른쪽 눈만 계속해서 이물감이 느껴져서 눈을 비벼보고 싶지만 아직 수술하고 나서 눈을 제대로 비빈적이 없다. 의사말 잘 들어야지.

5~7일 차

여전히 가까이 있는 건 잘 안 보이지만 조금 나아지긴 했다.

멀리 있는 건 확실히 잘 보인다. 

뿌옇게 보였던 것은 모든 빛이 번져 보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여전히 완전히 맑은 시야는 아닌 것 같다. 요즘 심해진 황사랑 미세먼지 때문일까.

아직도 일에 집중하고 있으면 손이 자동으로 안경을 올리러 간다.

이물감은 딱히 나아지지 않는다.

 

8일 차

8일 차에는 1주일 경과로 안과에 간다.

시력측정, 안압검사, 눈알 확인을 한다. 시력이 0.8, 1.0이 나온다.

책을 보는 정도는 이제 익숙해졌다. 멀리 있는 것도 잘 보인다.

나는 각막강화와 건조증 방지가 포함된 콰트로스마일라식을 했기 때문에 오늘 안과에서 피를 뽑는다.

제법 큰 주사기로 제법 많이 뽑아간다. 주사기 통도 굵고 크기도 반 뼘은 넘어 보이는 걸 꽉 채워서 뽑아간다.

한 30분 기다리니 자가혈청안약을 만들어준다.

각결막 상피의 성장과 유지에 필요한 성분인 EGF, 결막상피재생에 필요한 성분인 FGF, 각결막세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TGF-beta, 항염증인자, 비타민A까지 들어있는 그야말로 눈알에 최고 좋은 안약이라고 한다.

냉동실에 넣어놓고 아침저녁으로 캡슐 하나씩 꺼내서 손에 2~3분 쥐고 있으면 녹는다.

눈에 넣고 남은 것은 버리면 된다. 

양이 상당하다. 일회용이다 보니 하루에 2개씩 쓰다 보면 다음 진료일까지 넣는 양인 것 같다.

다음 진료일에는 3주 후에 오면 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피를 그만큼이나 뽑아갔겠지..

9~12일 차

빛 번짐이 확실히 줄어들어서 이제 전조등은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수술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엄청난 빛 번짐이 있다. 결국에는 이게 호전되는 게 아니고 인간이 적응해야 하는 것 같다.

여전히 오른쪽눈에는 약간의 이물감이 있다. 눈썹이 들어간 것처럼, 약간 깜빡일 때 뭔가 걸리는듯한 느낌이 있다.

안약을 넣을 때면 오른쪽눈만 시리다.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

눈을 감고 눈알을 살살 만져보면 오른쪽눈알만 살짝 욱신거리는 느낌이 난다.

좋아지겠지.

이제 완전히 눈앞에 있는 게 아니고서는 가까이 있는 것도 잘 보인다.

아침에는 눈이 잘 안보이긴 하지만 금방 괜찮아진다.

수술은 잘 된 것 같다.

 

안경을 썼을 때는 불편했는데 막상 안 쓰니 딱히 편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주변에 수술 후기를 이렇게 말해도 갸웃거리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비로소 불편한 것을 벗어던지고 보통의 상태가 되었으니 편안함을 느낀다기보다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한 것 같다.

 

아마도 평소에는 신체와 장기가 편안하다는 것을 못 느끼지만 손끝에 아주 작은 가시가 박히거나, 살짝 긁혀 생채기만 생겨도 계속 신경이 쓰이고 불편한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평상시에는 너무나도 당연해서 편안하다고 느끼지 못하지만 소화불량이나 장염이 생기면 얼마나 불편한지, 보통의 상태가 얼마나 편안한 것인지 깨닫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항상 곁에 있다고 해서 당연한 것이 아니다.

당연하다고 느낄수록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껴줘야 하는 이유다.